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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rcaea/스토리/Act II-I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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=====# 12-4 #===== >흐릿하게, 어렴풋하게. 남은 것은 오로지 인상뿐. > >기적일까, 아니면 축복일까. > >쏟아져내리는 지옥의 업화와 같은 풍경의 흔적마저도 곧 잊히고 말았다. > >숨 막히는 열기, 녹아내리는 뼈, 불길에 휩싸여 추락하는 우주선, 무너지는 요새, 타오르는 화염, >사방을 메우는 비명소리… 끔찍한 공포, 모든 것이 잊혔다. > >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행복한 기억과 함께. >---- >한 기억의 편린… >비타가 작은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있었다. 종이책은 화면이 달린 기기의 편리함에 밀려 이제는 많이 쓰이지 않았다. > >그러나 비타는 종이를 만지는 촉감, 그리고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을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 마음에 들어 했다. > >모두가 같은 군복을 입고 있어도, 자신만은 특별한 듯한 느낌을 들게 해주었다. 그렇기에, 많은 것에 자부심을 지닌 비타였으나 종이책을 읽을 때면 특히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곤 했다. > >저녁이 가까워지는 휴게실에서 비타가 안락의자에 앉아 작은 종이책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으니 친구가 다가와 등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. > >"어디서 맨날 그런걸 갖고 오냐?" > >비타는 기지를 나가 조금 걸어가면 늙은 여인이 낡은 물건을 파는 가게가 있다고 설명했다. > >언젠가 외출 허가를 받아 그 가게에 친구를 데리고 가겠다 약속했다. > >2개월도 지나지 않아 비타의 끔찍한 실수로 말미암아 기지의 인원은 모두 몰살당했다. > >이 모든 것이, 잊혔다. >---- >눈가에 물이 맺힌 채로 비타가 깨어났다. 그리고 비타로부터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나왔다. > >백색의 세계를 덮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. 드물게도 아주 어린 소녀가, 아르케아로 찾아왔다. > >비타는 일어나 눈물을 닦았다. 그리고 기억 속에 남은 꿈의 흔적까지도,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. > >깨어나라, 비타야. 빛의 세계의 어둠 아래에서 깨어나라. > >너 또한 수많은 소녀들과 함께 축복을 안고 있으니. >---- >이 어린 소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.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, 유리와 폐허의 세계를 덮은 그림자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하나, 그 모든 것을 따라가보자. > >만물의 끝을 향해, 소녀를 따라가보자. > >소녀는 여행하고, 보고, 사랑하고, 배우리라. > >… > >모든 이야기에는 결말이 있는 법이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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